쉽게 씌여진 글

나는 부자가 되고 싶은가

눈써비 2011. 8. 16. 22:18
1.우리의 유년시절을 풍족했냐고 하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혹자는 보릿고개도 모르는 것들. 경제 성장 이후에 태어난 복받은 것들이라 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했다.
너무 당연하겠지만 유년시절인 20년전만큼 살고 있으면 안되겠지.
인류가 살아가는 동안 아버지보다는 아들세대가 풍족해야겠지.

어린시절에 씻을 때 물을 받아 놓고 쓰곤했다. 샤워기를 틀어 놓고 쓰면 엄청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아껴쓰기 위해 받아놓은 물을 썼던 것이다. 크면서 알게되었지만 엄청 낭비적으로 쓰지 않는한 샤워기로 물을 쓰는 것이 받아 놓는 것보다 훨씬 절약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물론 GOP(general outpost)처럼 극단적을 물이 부족한 곳에서는 받아 놓고 쓰는 것이 훨씬 절약된다. -
(씻은 물로 빨래하고 빨래한 물로 용변 처리한다.)
어쨋든 무식하게 아끼기만 하는 것은 윤택한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적인 위안은 얻을지 모르지만 아끼느라 고생하고 실제로 자원은 더 소비하니까.

2. 우리 할머니께서는 일찌기 과부가 되셨다. 아들 둘이나 키우시기에 세상은 너무 벅찼을 거라 생각한다. (늘상 외우지 못하지만) 대략 1926년에 태어나셨고 (정확하게 외우고 있는) 아버지는 차남으로 1948년에 태어나셨다.
제주도라서 전쟁에 큰 영향은 없었을지 모르지만 어쨋든 지금보다 훨씬 힘든 시절임에는 틀림없겠지.
어쨋든 재물을 모으는 재주가 있으셨음이 분명하다.
뭍(부산)에서나는 비단과 섬(제주)에서 나는 양파를 가지고 재미를 보신 것 같다.
제주도에 가져간 비단은 부르는게 값이고 없어서 못 팔았으며 부산에 가져간 양파 또한 마찬가지 였다.
요즘 시대에는 정말 그까짓 정보이며 제주와 부산에는 부족한게 없으나 그 시대에 적절한 방법이었다.
중학교 2학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대항해시대2라는 게임이 있었다. 이게임의 시대적 배경이 15~16세기인데 이 게임에서 아테네의 미술품과 이스탄불의 융단을 팔면 초반에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이 방법이 20세기 제주도에서 정확하게 통했다.
비슷하게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에 보면 매점매석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제는 책에서 배우는 내용이지만 그 시대에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정보였다.

3. 10대 후반 즈음 무라카미 류 라는 일본 작가가 쓴 수필을 읽은 적이 있다. 아마 워낙 큰누나가 책을 좋아했던지라 집에 꽂혀 있던 것을 읽었었다. (하루키랑 헷갈리지 마시길..) 어쨋든 이분 또한 하루키 못지않으신 분으로 맛집에 대한 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므로 신문,잡지,책,TV에 나오는 여행지 맛집에 대한 의견이 있었다.
소개되는 맛집들은 거의 터무니 없거나 적당히 맛있는 집들이다. 정말 맛있는 집은 절대 남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원래 세상에는 진정한 고급정보들은 절대 남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의견이었다. 당시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굳이 그런 정보를 숨기려 드는 놈이 한심해 보이고 치사해 보였으며 소인배 같았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무라카미 류의 말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어제 갑자기 샤워하다가 문득 이런 글을 적고 싶어졌다.

세상은 성실하게 사는게 아니라 영리하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세상에는 내가 알지못하는 제주도의 양파와 부산의 비단이 넘쳐흐르고 있다.
단지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내가 눈을뜨게 되면 그것들을 절대 공개하지 않고 혼자만 소유할 것이다. 
어떤가? 공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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