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씌여진 글

어느날 문득 적었던 나의 일기 (2009.5.23)

눈써비 2011. 5. 28. 09:36

아침에 눈을 뜨고 우빈이의 요청으로 비빔면을 준비하고 있는데 또 하나의 요청이 들어왔다.

"삼촌 R4에 유희왕 좀 받아줘"

순간 9살 짜리의 눈에 비친 한국 소프트웨어의 현주소를 새삼 재조명하게 되었다.

 

얼마전 입원기간 동안에 본 JFK에서 Jim Garrison 검사는 JFK의 죽음의 의문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소박하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마누라와 잦은 싸움을 하게된다. 그깟 진실이 가정의 행복보다 중요하냐는 말에 우리 자식들은 정의가 바로선 나라에서 살게해야 하고, 그래서 진실을 밝혀야만 한다고 말한다.

 

박완서 할머니의 산문집 '호미' 중 '내가 문을 열어주마'의 한 구절-

 

어느 부모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나도 내 자식이 문열고 나가 부딪힐 몇 겁의 이 세상이 아이들에게

우호적이길 바랐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아마 점점 비우호적인 세상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간판을 읽으면서 배운 친절과 배려,

그림책을 읽으면서 상상한 동물과 식물 곤충하고까지 소통하고

우정을 나눌 수 있는 한없이 놀랍고 아름답고 우호적인 세상에 대한 믿음이 힘이 되길 바랐다.

 

거창한 여러 수치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전후에 노력한 부모님들 세대 덕분에 이렇게 컴퓨터앞에 앉아서 편안하게 이런 저런 일들을 할 수있게되었다. 또한 부모님들은 당신께서 짊어지신 짐들을 결코 우리들에게 넘겨주려 하시지 않았다. 이것은 어느세대 어느 장소를 막론하고 인간의 일반성일 것이다. 

 

어울리지 않겠지만 개발자로서 가끔씩은 한국 소프트웨어의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식세대들에게 넘겨주지 않고 싶은 하나의 욕망은 불법 소프트웨어의 사용이다..

물론 스스로는 당장에 터무니 없이 비싼 것을 돈주고 사서 쓸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렇지만 내가 절도범이라고해서 내 자식도 절도범으로 키울 생각은 없는 법. 물질적이나 정신적이나 많은 부분에서 풍요로워지고 정직해진 대한민국에서 소프트웨어에 관한 인식도 바뀔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 9살짜리의 R4 발언에서 위험요소를 발견하고 장미및 미래를 꿈꾸어본다.

........
최근(2011년 5월) 효원이의 부모님께서 어린시절에 V3를 사주셨다는 페북 글을 읽고 우빈이가 생각났다.
부디 정신이 건강한 청년으로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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