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눈써비 2024. 3. 10. 22:58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제목을 사용하기 위해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 :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 를 허가 받았다고 한다.

레이먼트 카버(Raymond Carver)의 단편집 타이틀이고, 허가는 아내인 테스 갤러거(Tess Gallagher)에게 받았다고 함.

 

진짜 오래간만에 하루키의 향기에 빠져있다가 나왔다.

총균쇠나 코스모스 정도로 긴 이야기였으면 좋겠는데, 쓱쓱 읽으니 끝나버렸다.

 

최근 몇 년간 기요사키(일본인들에게 영감을 많이 받나, 아다치 미츠루도 엄청 사랑하는데)에 빠져 있느라 하루키를 소홀히 했다.

 

때문에 문장 하나하나를 이제 막 사랑에 빠지려고 하는 여자애가 하는 말처럼 세심하게 읽어나갔다.

물론 하루키 특성상 몇 개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차원을 이동해서 지하철에서 내가 내려야할 역에서 깜짝 놀라며 깨어나는..

 

한 명의 달림이로서 하루키의 달리기에 대한 의견들도 공감했지만,

소설가로서 달리기의 영향이나 인생에 대한 달리기의 자세 등도 역시 공감되었다.

 

책 읽으면서 필요한 부분을 메모하는 행위는 왠만해서는 안하는데 (집중력도 흩으러지고, 책에 집중할 수 없어서)

이번에는 몇 가지 메모를 해두었다.

 

첫 메모는 하루키가 소설을 써야한다고 결심한 사건이다.

이 부분은 나도 20대(2000년대)부터 알고 있었지만,

막상 해당 부분에 대해서 사실(작가가 스스로 말한)에 입각하여 정리해보려고 하니 왠만한 검색으로는 잘 나오지 않았다.

서른살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젊은이라고는 할 수 없는 나이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 나로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솟아났다.
소설을 쓰자고 생각을 하게 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해낼 수 있따. 1978년 4월 1일 오후 1시 반 전후였다. 그날, 진구 구장의 외야석에서 나는 혼자 맥주를 마시면서 야구를 관전하고 있었다.

결국 2루타를 보면서 소설을 쓰고 싶다고 결심하고, 순식간에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썼다.

나로서는 작품이 햇빛을 보게 될지 못 보게 될지 하는 것보다, 그걸 다 써낸 일 자체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52페이지 부터니 나중에 이 부분이 궁금하면 책을 다시 찾아보기로 하자.

하고 싶은 혹은 해야만 하는 것을 해낸다. 

운이 좋게 혹은 실력이 좋게 해낸것이 상으로 이어져서 쭉 작가생활을 하게된다.

 

 

 

두번째 메모는 공부방식.

달리는 것과는 관계없지만, 이야이가 조금 옆길로 새는 것을 허락한다면, 나의 경우 공부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극히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면, 학굥서 강제적으로 시키는 공부에는 대체로 흥미를 가질 수 없었다. ...중략...내가 공부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소정의 교육 시스템을 어떻게든 마친 다음, 소위 '사회인'이 되고 나서부터다. 자신이 흥미를 지닌 분야의 일을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추구해나가면 지식이나 기술을 지극히 효율적으로 몸에 익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꽤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된 사실.

지금도 내가 원하는 것들은 착실하게 공부해나간다는 사실.

내가 좋아하는 방식과 나의 페이스로 효율적 익혀나가는 재미가 있다.

 

 

 

세번째 메모는 교만/자신감 그리고 겸손/좌절감

42킬로 정도는 적당히 연습하면 어떻게든 달릴 수 있겠지, 하는 오만한 생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겼던 것이리라. 건전한 자신감과 불건전한 교만을 가르는 벽은 아주 얇다. 젊었을 때라면 확실히 '적당히 해도' 어떻게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늘 고민하는 영역.

내가 아는 역사속 인물들은 대부분 교만으로 망한 듯 하다.

다만 자신감과 교만을 선타기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자신감이 부족하면 이룩할 것들이 없으니 힘들지만,

자신감이 늘어갈수록 무조건 교만은 기어나오게 된다.

어떠한 신호로든 교만을 인지해서 겸손을 유지하는 삶을 살아야한다.

 

 

 

네번째는 달리는 이유.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또 한명의 달림이로서 격한 공감.

골프가 잘되는 이유는 하나인데 안되는 이유는 수만가지라는 것과 일맥상통.

 

 

 

마지막은 교사.

소설을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어렵지만(적어도 나로서는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수영법을 가르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어려운 것 같다. 아니, 수영이나 소설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정해진 일을 정해진 수순으로 정해진 말을 써서 가르칠 수 잇는 교사는 있어도, 상대를 보고 상대의 능력이나 경향에 맞춰서 자신의 언어로 어떤 사물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는 많지 않다, 라고 할까.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무엇인가를 배울 때 코치를 두지 않게 되었다.

하루키도 2년간 수영 코치 찾는데 헛되이 시간을 허비했다고 했다.

골프,수영,달리기.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서 내가 원하는 코치가 나타나 준다면 제대로 배워줄 생각은 있다.

다만 아직 그런 사람은 없다.

 

 

하루키를 말할 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이고,

최근에 달리기에 관심을 갖다 보니 나온지 20여년 된 책을 마치 오늘 만들어진 책처럼 따끈따끈하게 읽어나갔다.

 

아! 그리고 하루키의 묘미명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나는 매우 많이 걸었으나 포기는 하지 않는다.

작가가 되고싶은 개발로 먹고사는 스포츠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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