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눈써비 2024. 3. 4. 23:18

시는 잘 모른다.

영화 동주가 나오고 돈 벌려고 낸 책 같은데 엄마가 선물받으셨길래 빌렸다.

 

우리집에 둔지 몇 년 된거 같은데 시를 읽고 싶어서 쓱 읽어보았다.

 

하루키 형마져도 시를 쓰는건 도저히 안된다고 하셨다.

몇 번 시도했는데 너무 어려운 영역이라며.

 

원태연 시인이 꽤 인기를 끌던 시절에,

학교 국어 시간에 국어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은유가 없으면 시가 아닌 말장난이라고 하셨다.

큰 누나도 동의했다.

 

퇴마록이건 김진명 작가이건 재밌는건 재밌는 것이다.

다만 문학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버리면 재미만으로는 부족해진다.

 

젊은 꼰대였을지 모르지만 그 시절(사실 이미 10대)부터 문학이면서도 재미있는 것들을 다 읽지도 못하고 죽을텐데 굳이 문학이 아닌 책들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말은 그렇게 하면서 셜록홈즈도 몇건,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도 몇건, 드래곤라자, 트와일라잇 시리즈, 심지어 귀여니 책도 읽었었네.

 

사설이 길었다.

 

시를 읽다보면 그냥 글을 읽기만 하고 뇌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나마 학교 때 배웠던 시 몇개,

가끔 내가 고민해볼 수 있는 시 몇개가 고작이다.

 

그래도 내가 많이 좋아하는 시 하나 영문 버전까지 옮겨 적어 보고 싶다.

 

쉽게 쓰여진 시

 

창 밖에는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바라

나는 다만, 홀론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A Pome Written Easily

 

The night rain murmurs at the window

The Japanese six-mat room is not my land.

 

Knowing the sad fate of the poet,

I feel a pome composing itself;

 

Receiving tutition envelop sent from my parents

Soaked through with sweat and love,

 

I go to an old professors class

With a worn notebook under my arms.

 

Having forsaken all my boyhood friends

One after another,

 

For what

Am I settling down all alone like this?

 

Seeing that life is so hard to live,

It is shameful that a poem is

Written as easily as this.

 

The Japanese six-mat room is not my land.

The night rain murmurs at th window.

 

Lighting up a lamp to drive out a bit of the darkness,

The last of me awaits a new morn coming like a new age.

 

Extending a small hand to myself,

I, for the first time, greet myself with tears and solance.

 

영어 실력이 많이 부족해서 그런지 영문 번역이 맘에 들지 않는다.

1차원적인 번역으로 생각되서 더 그런 듯 하다.

원문을 해칠 것인가? 원어민에게 맞는 비슷한 뉘앙스를 제공할 것인가?

 

어차피 나의 짧은 영어 실력으로 뉘앙스도 모른다.

사실 번역하신 분은 윤동주 시인 관련해서 연구 논문도 쓰신 분이니 나 같은 놈이 뭐라뭐라 할 상대는 아니긴 하다.

저 번역들은 알맞은 metaphor를 제공할까?

하긴 나는 metaphor란 단어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의미 없는 논쟁이다.

 

그래도 간만에 내가 이해하기 힘든 단어들을 다시금 공부하는 계기도 되었다.

metaphor, plot, thesis(독일어 these).

 

시를 읽고 쓸데없는 생각만 줄창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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