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시작된 군주론이 여기까지 왔다.
군주론도 번역본이 다양해서 한 권 더 읽고 있다.
로마사 논고 외에도 마키아벨리 책은 더 있지만 여기까지다.
이것만 해도 많이 왔다.
즐거웠던 부분은 유럽인의 관점이랄까.
우리한테 삼국지가 익숙하듯이 그들에게는 로마가 익숙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중세 때도 삼국지 얘기를 많이 했듯이 (삼국 이전 장자방 얘기도 많이 했듯이)
그들은 로마에 대해 많이 논할 것 같다.
그래서 로마사에 대해서도 조금 더 보고 싶고,
마키아벨리 책도 더 읽어보고 싶지만 일단 지금도 많이 봐서 패스!
그보단 손자병법을 볼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원래는 국부론으로 넘어가는 코스였는데.
이것은 자연스럽게 당기는 데로 책을 빌리면 될 터.
최근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를 보면서 현재의 회사들과 비교를 많이 해보았다.
많이 비슷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현대가 더 잔혹한 것 같기도 하고,
로마시대나 중세까지만 해도 목숨을 잃으면 끝이니까 재기라는 것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되지만
현대는 거듭 재기할 수 있으니 덜 가혹한가 싶기도 하다.
다만 다시는 재기를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수도 있으니 목숨은 부지하는 게 힘겹게 살아가거나 꽤 긴 시간 감옥을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생각거리마다 메모를 해보았다.
1. 1권 31장 제목
"로마 장군들은 그들의 과오에 대해 과도하게 처벌받은 적이 없었다; 그들의 무능이나 잘못된 계획이 로마에 손해를 끼쳤다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처벌받지 않았다."
내가 아는 많은 회사들은 눈치를 보느라 도전을 하지 않는다.
특히 내가 첫 회사를 때려쳤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
지금도 다양한 회사들과 다양한 미팅을 다니다 보면 분위기부터 느끼게 된다.
이분들은 도전적이고 멋지다. 본받아야 한다. VS 얘들은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다.
대 부분은 후자이다.
어떻게 다들 이렇게 일하기 싫은데 나름대로 생산은 늘어나고 있는지가 신기한 노릇
로마시대에 목숨을 건 많은 전쟁에서 도전을 권장한 것이 부럽기도 하고 의아스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고 복잡한 심경이다.
로만의 진정한 힘에 대한 내용이 종종 나오는데 보면 볼수록 감탄하게 된다.
스타트업 문화.
로마의문화야 말로 귀중한 자산이었던 것 같다.
2. 아무래도 탄핵정국에서 책을 읽다 보니
49장에 공화국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서 피렌체가 언급된다.
"그렇지만 그들은 결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부를 개편한 적이 없었고, 항상 자기 당파에 유리하게 개편할 뿐이었다. 이로써 그 도시에 질서가 정착하기는커녕 오히려 커다란 혼란만 야기되었던 것이다."
비단 어느 당이 잘못하고 있다는 관점이 아니라,
이렇게 양쪽이 극단적으로 반대만 하다 보면 이 체제도 오래가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물론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의 많은 나라들 (미국포함)에 대한 생각.
물론 공공 이익을 생각하긴 하지만 점점 더 극우 극좌가 심화되고 있음에 대한 우려이다.
3. 1권 53장
인민은 표면상의 훌륭함에 현혹되어 번번이 자신들의 파멸을 초래하는 일을 명한다; 그리고 그들은 커다란 희망과 강한 약속에 쉽게 움직인다.
로마사 논고를 보면 시민은 권리가 있는 특정 계층
인민은 백성을 말하는 것 같다.
현대에서는 시민이 그 당시 인민으로 봐도 될 듯한데, 아무래도 여러 가지 설정은 다르겠지만.
민중은 개 돼지라고 하는 그런 개념들이 많이 나온다.
쉽게 배신하고 스스로 파멸하고 어리석고,
그래서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고 다양한 관점을 가져야 하는데 어려운 일이다.
4. 2권 서문
마키아벨리가 많은 책을 읽고 고민하고 관찰하여 이러한 책들(군주론, 로마서 논고)을 썼다고 하는데 현대 심리학적으로도 검증된 것들을 임상적으로 잘 찾아낸 듯하다. 보통 30대쯤 썼던 것 같은데 역시 인물은 인물.
2권 서문에 과거를 찬양하는 부분에 대해서 실제로 심리학적으로 있는 내용이다.
우리 스스로도 과거의 영광을 현재보다 더 높이 취급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런 관점에 대해서 꽤나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옛날 일은 완전히 알지도 못하고 승리자가 되고 나면 미화시키고, 잘못한 것은 없애고, 이러한 것들.
그래서 현재가 예전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듯.
맞는 말이다.
5. 2권 3장
로마는 주변의 도시들을 정복하고, 외국인들을 고위직에 쉽게 받아들임으로써 위대한 도시가 되었다.
로마, 몽골, 네덜란드, 미국 이러한 나라들이 강성하게 된 이유 중에 외국인들에 대해 열려있음을 어딘가 EBS 다큐에서 본 적이 있다.
강대국의 비밀이었던가.
특히 이 장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
로마가 이렇게 강성하게 된 이유는 로마인들이 좋은 농부의 방식을 익히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농부는 작물이 잘 자라고 성장해서 과실을 맺도록 하기 위해 성장하는 작물의 제일 처음 나오는 첫 가지를 잘라버린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작물의 활력(virtù)이 뿌리 속에 남아 있게 되어 작물이 때맞춰 더욱 무성하게 자라고 열매를 잘 맺게 된다.
더 이상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구루미의 상황이랄까.
기존 멤버들과 새로운 멤버들이 융화돼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6. 2권 19장
중간에 국고는 풍요롭게 개개인은 검소하게 라는 문장이 있다.
이 내용은 아마도 군주론에서도 그리고 로마사 논고에서도 몇 번 본 듯하다.
마키아벨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상이다.
딱 여기 맞는 국가는 일본 같다.
일본이 아무리 잃어버린 30년을 논해도 여전히 잘 살고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것들은 나라가 잘 살기 때문.
그리고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것 같다.
사실 집안이 부유해도 모든 개개인이 검소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7. 2권 27장
현명한 군주나 공화국은 항상 이기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상 손실을 입게 마련이다
만약 여전히 탁월한 장군으로서 그의 군대가 온전하게 남아있던 한니발과 같은 인물이, 전투에서 지면 자기의 조국이 노예가 될 처지라는 점을 감안해서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간청했다면, 그보다 경험도 적고 능력도 부족한 인물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희망을 어느 선에서 억제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실수를 범한다. 희망에만 기대를 걸고 자신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하지 못한다면 결국은 파멸하는 법이다.
아마도 카르타고의 파멸. 한니발의 어쩔 수 없는 패배를 언급한 것.
역사에 많은 사람들이 메타인지의 부족과 과욕으로 인해서 사라져 갔다.
의사결정자들은 한니발의 충고를 들었어야 한다.
늘 이런 부분이 잘 되지 않으니 사업도 흥망성쇠가 있는 듯. 물론 운도 중요하지만.
늘 내가 기준 잡는 사람은 늘 한명회이다.
세조의 장자방으로 시작해서 큰 권력을 탐하지 않고 적당한 욕심을 부리면서 꽤나 오래 살아남은 인물.
낚시를 하러 재야로 가지도 않고 권력의 중심에 있으면서 과욕을 부리지 않고 본인이 가능한 선을 지켜온 대단한 사람.
8. 3권 9장
항상 행운을 얻고자 기대하는 사람은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
마키아벨리가 해석하는 로마를 보다 보면 늘 문화와 프로세스의 힘이다.
물론 운도 작용했다. 운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위대하게 될 수 없었을 테니.
파비우스와 스피키오에 대해 나오는데 , 둘 다 본인 본성대로 행동했다고 한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었을 때 적절하게 인물이 바뀌었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었을 때 본성대로 하는 파비우스 결대로 갔으면 망했으리라.
9. 3권 15장
다수가 아니라 한 명의 장군이 군대를 지휘해야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말해 무엇하랴.
의사결정은 한 명이 해야 한다.
결정까지는 여러 사람이 관여하겠지만 결정은 한 명.
그리고 그 사람은 책임과 권한이 모두 있어야 한다.
내가 답답하게 여기는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책임을 가지기 싫어한다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권한은 갖고 싶어 한다.
심지어 이것도 여러 명이다. 이것은 망하는 길이다.
시대를 넘어 고대나 중세나 근대나 현재나
책임과 권한을 가진 자는 1명!
이게 옳다고 본다.
10. 3권 16장
어려운 때에는 진정으로 능력(virtù) 갖춘 자를 찾고, 평상시에는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 부나 가족관계의 배경을 가진 자가 커다란 인기를 얻는다
하나하나가 다 주옥같다.
우리나라 역사에도 늘 있었던 일이고, 삼국지에도 나오는 일.
평시에 능력이 갖춘 자는 오버스펙이라 쉽지 않다.
다른 비유를 하자면,
대기업에는 부나 가족관계의 배경을 가진 자가 좋다. 이게 평범하게 도박 없이 꾸준하다.
스타트업은 확실한 능력을 가진 자가 끌어야 한다. 어차피 대부분 망하는 스타트업에서 방어적이면 안된다. 강력하게 도전하여 달려야 한다.
11. 3권 21장
한니발의 행위는 스키피오와 달랐는데, 어떤 이유로 한니발은 스키피오가 에스파냐에서 거둔 것과 똑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는가
대학 동기 중에 절대왕권한은 권력을 누리려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아마도 윗사람도 그렇게 하기를 원할 것이다.
나는 그런 점을 극혐 한다. 그리고 내 위건 아래건 자유롭기를 원한다.
다만 정반합.
결론으로 가면 둘 다 어떤 상황에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진짜 어려울 수도 있지만,
결국 또 능력(virtù)
뭐든 능력이 있으면 따라온다. 그게 절대왕권이건 민주주의건.
그런데 마키아벨리도 결국 속으로는 스키피오를 따르고 싶어 하더라.
12. 3권 31장
강한 공화국과 탁월한 인물들은 어떠한 운명에 직면하든 일관된 기백과 위엄을 유지한다
여기서 생각해보고 싶었던 관점은 훈육 양육 교육 이런 것들.
우리 아이들이 생각났고, 내가 자라온 게 생각났다.
아주대학교 인지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도
사람은 타고난 대로 사는 것인지 노력에 따라 바뀔 수 있는지 하루에도 수십 번 고민한다라고 했다.
(내가 오해했을 수도 있는데 난 그렇게 이해했다.)
이런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고났던 어쨌든 노력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노력해서 성과가 안 나와도 노력 자체가 의미 있다라고 생각한다.
난 그런 사람이다.
13. 12와 같은 3권 31장
이것이야 말로 내가 좋아하는 것.
위대한 인물이건 스티브 잡스건 동네 옆집 아저씨건
내가 좋아하는 것은
정량적 정성적 이딴 거 다 모르겠고,
같이 몸 비비고 대화하는 삶이다.
난 진짜 이런 것이 너무 좋다.
그래야 공감대도 생기고 이해도 생기고 함께 할 수 있다라고 본다.
어차피 이것은 이해 못 하는 사람은 이해 못 할 테니 말이 필요 없다.
14. 3권 34장
어떤 종류의 평판이나 소문 또는 의견이 인민들을 한 시민의 편이 되게 하는가; 관직을 임명하는 데 인민들은 군주보다 훨씬 더 현명한가
평판.
이것도 사실 정량 정성 이딴 거 다 모르겠고,
우리가 어떻게 느끼느냐다.
그리고 그것은 그 사람이 실전과 행동으로 보여준다.
우린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끝
15. 3권 36장
왜 갈리아인들은 전투가 시작될 때는 대단히 남성적인데 나중에는 매우 여성적으로 변하며, 왜 지금도 그렇게 생각되는가
이것도 프로세스 이야기.
기요사키 이후로 내가 꽂혔고,
나심탈레브도 비슷하고,
내가 느끼고 있던 바를 글로 잘 표현한 것 그 이상.
결국 규율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것이 프로세스다.
규율에 맞춰 사람들이 알아서 행동하면 그것이 바로 강력한 virtù이다
virtù 가 무엇인지 뉘앙스는 이제 조금 알겠다.
16. 3권 37장
결전을 하기 전에 전초전은 필요한가; 전초전을 피하면서 새로운 적에 관해 알아낼 수 있는 방법
개발로 치면 애자일.
비즈니스로 치면 프로토타입.
전쟁을 크게 치르기 전에 간을 보기 위해 간단한 전투를 해본다.
이것이야 말로 현대에 필요한 영역.
물론 디테일로 가면 그 시대에는 전초전도 완벽하게 준비해서 이겨야 한다라고 마키아벨리는 말했다.
현대는 이기진 않아도 되지만, 충분히 준비해서 그다음 스텝에 방향성을 바로 파악해야 한다.
달라 보이지만 똑같다.
17. 3권 38장
군대에 신뢰감을 주는 장군의 자질
진짜 중요한 얘기지만,
그것은 논외로 치고 여기서 하고 싶은 얘기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는 나는 동의하지 않아.
원래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구루미 대표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원래 옷걸이가 큰 사람이 옷을 입었을 때 소화하는데,
옷걸이가 작은 사람은 그 옷을 못 입는다.
준비된 사람이 자리를 맡으면 빛이 나는 것이다.
준비가 안된 사람은 어차피 망한다.
끝!
솔직히 로마사 논고는 극강 어려운 책이다.
로마사 자체도 모르고, 그 시대는 더더욱 모른다.
그래서 계속 앞에도 다시 찾아보고,
나무위키도 보고,
군주론도 병행했다.
그렇지만 잘 몰라도 내가 기업들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미래를 그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다음 스텝은
손자병법이 될지,
국부론이 될지,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조만간 결정이 날 것이다.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인칭 단수 (0) | 2025.05.03 |
---|---|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0) | 2025.05.03 |
나는 AI와 공부한다 (0) | 2025.04.13 |
군주론 (IL PRINCIPE) (0) | 2025.03.18 |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0) | 2025.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