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내용.
하나.
대학시절에 어느정도 장학금의 노예였다.
전액도 한번 받아봤었는데 굉장히 전략적으로 학점을 따기위한 설계를 했었다.
기억에 남는 수업 중에 [소프트웨어 공학]이 있다.
중간고사 시험지를 받자마자 "시발"이 입에 계속 나왔고,
잠자리 지우개가 나중에 모자를 정도로 계속 지우면서 답안을 작성했던 기억이 있다.
강사님이 "학생 목욕탕 왔어요?" 라는 농담을 던졌을때, 책상과 바닥에 떨어진 잠자리 지우개의 잔해를 보면서 강사의 죽빵을 날리고 싶었다.
그리고 이때 시험지를 받자마자 풀지도 않고 백지를 내고 나갔던 희중이가 아직도 생생이 기억난다.
"학생 수업 열심히 들었는데 안 풀고 가?"
"네 하나도 풀 수 있는게 없네요"
결론적으로는 당시에 A+를 받았고, 희중이 성적은 모르지만,
현 시점에서는 나도 희중이처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시간을 돌려도 장학금의 노예니까 똑같이 할 것이다.)
아마 작가가 제시한 좋은 교수의 조건의 모든 것을 반대로 하면 그 수업이었으리라.
둘.
대학교때 너무 좋았던 기억 중 한 가지는 시험기간의 토론이었다.
벼락치기 공부를 하면서도 성회 등과 도서관 휴게소에서 내일 시험에 대해 다양한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거 실무에서는 어땠을까?" 라는 궁금증이 많았었고,
대부분 말도 안되는 토론이었지다.
그리고 결국에는 시험을 잘 봐야해서
"근데 어차피 이거 내일 시험에 안나오잖어. 이제 공부하러 가자." 로 마무리 되었다.
그렇지만 이때 나누었던 토론들은 내 개발 실력의 근간이 되었다고 어디서나 말하고 다닌다.
그래서 우리가 수업에서 토론한 적은 별로 없지만 나는 토론문화를 굉장히 사랑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살다보면 업무적이건 일상적이건 토론을 시도하면 다들 도망친다.
그래서 토론을 자유롭게 할 수 없어 늘 아쉬움이 있다.
셋.
대부분 교수님들이 좋았고, 프로젝트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토론 뿐 아니라 실무적인 경험이 많이 쌓여서 좋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토론처럼 다양한 대화를 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시험은 늘 아쉬웠다.
조금만 노력(요령이 있다면)하면 점수 따기 쉬운 유형의 시험들.
그러던 어느날 김형석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시험을 봤는데
충격 그 자체였다.
이게 대학 시험이다!!!!
수업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고민하고 문제 하나하나를 분해해서 답변을 해야한다.
그리고 단순한 벼락치기가 아닌 과정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져야 풀 수 있는 답변들.
바로 4학년으로 넘어가면서 [취업]의 노예가 되어 다시는 김형석 교수님의 수업을 듣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취업이고 뭐고 계속 들었어야 하는 수업이었다.
저자가 제시한 교수법을 가진 교수님을 대학시절 딱 한번 보았다.
(물론 나머지 교수님들도 시대적 상황이었다고 생각해본다. 젊은 교수님이었고, 우리나라는 미쿡보다 아무래도 늦을 수 밖에 없으니)
대학시절에 나는 심층적인 학습자가 될 기회가 있었지만 잘 활용하지는 못했다.
현재도 마찬가지긴 하다.
업무적으로는 대부분 전략적 학습자에 머무르며 심층적인 학습을 넘나들고 있다.
(우습게도 골프는 굉장히 심층적 학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 돈을 쓰면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 너무 좋다.)
저자가 제시한 사람들 대부분은 NGO같은 활동을 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대학교에서 과제를 위해 6개월을 더 다니는 것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다.
창의성을 먹고 사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발휘하는 것이 현재 우리(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얼마나 사치일까?
가끔 미쿡의 몇십년 전 현실을 책에서 기웃 거릴때마다 우리가 얼마나 지나야 미쿡을 따라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90년대에는 내가 죽기전에 일본을 못 따라 잡을거 같았는데 벌써 많은 영역에서 따라 잡은 것 보면 가능성이 없진 않다.)
아마도 이후로도 나의 소인배적인 태도를 보면 아주 창의적인 인간은 되지 못하겠지.
다만 대학때 처럼 기회가 있을때마다는 심층적인 태도를 유지해야한다.
그리고 계속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한다.
그래서 적어도 내 자식세대에는 창의적인 삶 - 심층적 학습 태도를 갖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희망해본다.
내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다음 세대를 위한 가교역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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